[추천소설 95] 파수꾼 ‥ 하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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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2번째’파수꾼’은 그간 일어난 작품으로 알려진 ‘앵무새 죽이고’의 전작인 후속작,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 앨라배마 것 』을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된 하퍼 리의 첫 작품인 데다 『 앨라배마 것 』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고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1961년 퓰리처 상 수상작,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영국인들이 꼽는 사상 최고의 소설 1위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

​ 『 앨라배마 것 』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인종 차별 문제, 인권 유린 문제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파수꾼도 큰 범주로 볼 때 그와 같다. 그러나’앵무새 죽이고’의. 징・루이ー즈이 6세의 아이라면’파수꾼’은 이 26세의 성인이다. 20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집필 당시 작가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흑인 인권운동과 백인 폭동이 있었고, 이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이 작중 인물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 밖의 세계사적 사건이나 문학적 인용도 작품을 읽는 데 주요한 혈맥 역할을 한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하는 “을 출판하고 소설을 다시 1편 쓰고 일단 보류했던 “파수꾼”을 출판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자 언론의 관심이 높아졌고 하퍼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능가하는 작품을 쓰지 못할 것 같아 은둔을 택했다. 앵무새 죽이기 출간 직후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하퍼리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하퍼 리를 세계의 지나친 관심에서 보호하고 온 친누나 앨리스 리가 2014년 11월에 사망하자 주변의 의견을 물어본 끝에 『의 파수꾼 』을 출판하기로 했다고 한다. ​

​ 하퍼 리가 『의 파수꾼 』을 집필한 1950년대 미국에서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흑인 노예제가 폐지된 지 백여 년이 지났지만 흑인과 백인의 경계는 또렷해졌다. 대중 교통 중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함께 앉지 않고 1954년《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 위원회 소송 사건》가 발생한다. 연방대법원이 공립학교의 인종분리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자치권을 짓밟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인종분리 교육과 차별에 대한 공격이 가속화됐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인종분리와 차별이 더욱 심해져 흑인에 대한 폭력이 늘어나게 됐다. 1956년에는《오소링루ー시ー 사건》가 발생한다. 앨라배마대 대학원 과정에 오서린 루시가 흑인 최초로 입학하자 백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KK단, 백인주민협의회 등 인종분리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자신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하퍼리는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다. 정제되지 않은 삶의 상태인 파수꾼을 보면 작가가 자신이 살았던 세상에 대해 얼마나 맹렬히 고민하고 갈등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그대로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아버지와 헨리가 나갈 때 현관문을 닫는 소리가 났고 진 루이즈는 바닥에 놓인 서류를 치우러 아버지가 앉았던 의자 옆으로 갔다. 서류를 부분별로 잘 정리해서 소파에 놓았다. 그리고 램프 탁자 위에 쌓인 책을 치우려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버렸는데 상업용 편지봉투만한 소책자가 눈에 띄었다. 소책자 표지에 식인 니그로 그림이 있었다. 그림 위에는 ‘흑사병(黒)’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저자의 이름에는 많은 학위가 붙어 있다. 진 루이즈는 소책자를 펴서 아버지의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는 죽은 쥐의 꼬리를 잡듯이 소책자 한 구석을 잡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아주머니 앞으로 그걸 밀었다. “이게 뭐예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알렉산드라는 안경으로 눈을 치켜떴다. “당신 아버지 거야.진 루이즈는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열고 소책자를 버렸다. 본문 144~145​ ​의 발코니 아래 울퉁불퉁한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메이 컴 군의 쓰레기들이 대부분 다 있었을 뿐 아니라 가장 뛰어난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는 저쪽 끝을 내려다보았다. 법정과 청중을 가르는 난간 너머 긴 테이블에 아버지와 헨리 클린턴, 그녀가 잘 아는 몇 명과 모르는 사람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탁자 한 쪽 끝에는 거대한 수종을 닮은 회색 민달팽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이 경멸하는 모든 정치적 상징이었다. 그녀는 윌러비가 자기 동료 중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와는 이야기도 나누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와 같은 테이블에……본문 150면 ​ ​ 된 루이스가 통찰력을 가진 것이라면,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도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세계의 벽을 간파할 수 있다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생애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모르고 간과한 시각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색맹이라는 것을. 본문 173​ ​ 눈이 부셨는지, 그것이 나의 모습이다. 난 눈을 뜬 적이 없어. 남의 속을 들여다보려 한 적은 없다. 얼굴을 흘끗 보았을 뿐이다. 완전히 눈이 멀었어. 돌처럼…스톤 목사는 어제 예배에 파수꾼을 세웠다. 그는 망을 봤어야 했다. 손을 맞잡고 잡아당겨 매시간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선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으면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날 걸고 그들에게 26년은 누구나 장난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라고 나는 공표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본문 254~25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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